매년 1억 봉지.
이 숫자를 좀 더 실감나게 말하면, 한국인 1인당 연간 2봉지. 갓 태어난 아기부터 80대 어르신까지 포함한 수치다. 실제 구매자 기준으로 좁히면 그 숫자는 훨씬 더 올라간다.
55년 동안 편의점 진열대에서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과자. 한국 스낵 역사상 이런 기록을 가진 제품은 정확히 하나뿐이다.
새우깡.
우리가 몰랐던 것들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진짜 새우가 들어간다. 약 8%, 마리 수로 환산하면 4~5마리 분량의 꽃새우. "에이, 설마 진짜 새우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이건 새우깡을 둘러싼 가장 오래된 의문이자, 가장 자주 검색되는 질문이다.
농심은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의 새우 소비처 중 하나다. 한때 **군산 앞바다 꽃새우 어획량의 60~70%**를 사들였다. 어민들의 생계가 새우깡 판매량에 달렸을 정도였다.
2019년, 농심이 서해 오염을 이유로 미국산 새우로 전면 교체하려 했다. 군산 어민이 반발했고, 시의회가 나섰고, 국회까지 논란이 번졌다. 결국 군산 꽃새우를 다시 쓰기로 합의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과자 하나가 국회를 움직인 셈이다.
1971년. 50원짜리 혁명
때는 1971년. 한국의 과자 시장이라고 할 것도 없던 시절. 비스킷과 캔디, 그게 전부였다. "바삭하고 짭짤한 스낵"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농심(당시 롯데공업)은 삼양식품에 밀려 공장이 멈출 지경이었다. 창업자 신춘호 회장은 살길을 찾아야 했다. 라면이 아닌,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 스낵.
일본 출장 중 '갓파에비센'이라는 새우 과자를 만났다. 한 입 베어물고 확신했다. "이건 된다." 하지만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양념과 식감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개발실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달콤한 옥수수 스낵이냐, 짭짤한 새우 스낵이냐. 회장의 판단은 단호했다. "단맛보다 짠맛이 전 연령대를 사로잡는다." 그렇게 새우파가 승리했다.
실패한 반죽만 4.5톤 트럭 80대 분량. 밤낮없이 소금 위에서 밀가루를 굽고 또 구웠다. 마침내 완성된 한 봉지 50원. 당시 삼양라면이 20원이었으니,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해 20만 박스였던 생산량은 이듬해 425만 박스로 20배 뛰었다. 지방 도소매 점주들은 서울 대방동 공장으로 트럭을 몰고 와 현금을 내밀었다.
“새우깡은 한국 스낵 시장의 문을 연 제품이다. 새우깡 이전과 이후, 한국인의 간식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출시 직후 수요가 폭증하자, 중간 상인들이 라면에 끼워 파는 횡포까지 벌어졌다.
”
당신은 어느 세대의 새우깡입니까
새우깡에는 세대별 기억이 있다.
70~80년대생에게 새우깡은 학교 앞 문방구다. 1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꽉 쥐고 달려가서, 진열대 맨 앞줄에 놓인 그 노란 봉지를 집어 들던 순간. 봉지를 뜯는 그 바스락 소리에 옆자리 아이의 눈이 반짝이던 기억.
90년대생에게 새우깡은 소풍이다. 도시락 가방 옆주머니에 꼭 한 봉지. 김밥 먹고 나서, 돗자리 위에 봉지를 펼쳐놓고 친구들과 나눠 먹던 그 오후.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핥는 게 당연하던 시절.
2000년대생에게 새우깡은 편의점이다. 야자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서, GS25 진열대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 드는 그 봉지. "뭐 먹을까" 하다가 결국 새우깡으로 돌아오는 그 무의식적인 선택.
세대는 달라도 장면의 본질은 같다. 별 생각 없이 손이 갔다. 그리고 멈추지 못했다.
그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이 멜로디를 모르는 한국 성인은 거의 없다. 인지율 95% 이상. 단 30초짜리 CM송이 어떻게 이런 위력을 갖게 된 걸까.
1988년. 작곡가 윤형주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포크 가수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미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던 윤형주. 그에게 "과자 광고 음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카피라이터 이만재는 수십 가지 카피를 쓰고 버렸다. 새우깡의 맛을 설명하려 했고, 바삭한 식감을 묘사하려 했다. 전부 버렸다. 그러다 깨달았다.
맛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먹는 사람의 행동을 말하면 됐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아이 손, 어른 손, 자꾸만 손이 가. 누구든지 즐겨요, 농심 새우깡.
“좋은 광고는 제품의 진실을 가장 단순한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새우깡 앞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 그걸 그대로 옮겼을 뿐이다.
”
실제 소비자 조사에서 "한 봉지를 열면 끝까지 먹게 된다"고 답한 비율은 78%. 이만재의 카피는 과장이 아니라 관찰이었다.
이후 S.E.S., 비, 남주혁, 지코 등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하지만 원곡의 힘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 곡은 누가 부르느냐가 아니라, 듣는 순간 새우깡이 떠오르는 그 연결 자체가 본체인 것인지도 모른다.
55년의 궤적
한 봉지 50원의 시작
농심(당시 롯데공업)에서 첫 출시. 한국 최초의 스낵 과자. 비스킷과 캔디뿐이던 시장에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연간 1억 봉지 돌파
4년 만에 전국 구멍가게 필수 입점 아이템으로 등극. 국민 과자라는 타이틀을 처음 얻었다.
신라면과 쌍두마차
과자는 새우깡, 라면은 신라면. 농심의 양대 아이콘이 완성된 해.
손이 가요 손이 가
윤형주 작곡, 이만재 작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자 CM송 탄생. 성인 인지율 95% 이상.
40주년, 안에서부터의 변화
패키지를 현대화하고 새우 함량을 늘렸다. 트랜스지방 완전 제거. 겉은 같지만 속은 달라졌다.
50주년 레트로 물결
한정판 레트로 패키지가 SNS에서 화제. 새우깡 블랙, 매운맛 등 라인업도 확장됐다.
55년째 현역
해외 수출 30개국 이상. 편의점 진열대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유일한 과자.
숫자로 읽는 새우깡
오리지널 vs 매운맛: 끝나지 않는 논쟁
새우깡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쟁. 당신은 어느 쪽인가?
오리지널파는 이렇게 말한다. "새우깡은 새우 맛을 먹는 거지, 매운맛을 먹는 게 아니다." 50년 넘게 변하지 않은 양념 배합. 첫 맛에서 끝 맛까지 일관된 짭짤함. 그 균형 자체가 완성형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오리지널은 모든 파생 제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팔린다.
매운맛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이면 매운맛이지." 청양고추의 알싸한 끝 맛이 새우의 감칠맛과 만나면, 오리지널에는 없는 중독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맥주 안주로는 매운맛이 압도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여기서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새우깡은 과자인가, 안주인가?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집어 드는 사람들의 목적은 크게 둘로 나뉜다. 간식으로 먹는 사람, 맥주와 함께 먹는 사람. 농심도 이를 알고 있다. 새우깡 블랙(흑후추맛)은 명백히 성인 안주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 새우깡 오리지널 -- 50년의 정석. 새우 본연의 맛
- 새우깡 매운맛 -- 청양고추의 알싸함. 맥주 안주 인기
- 새우깡 블랙 -- 흑후추 강조. 어른의 맛
- 새우깡 미니 -- 한입 크기. 아이 간식 또는 혼술 안주
- 쌀새우깡 -- 쌀가루 기반. 더 가볍고 바삭한 식감
새우깡이 열어젖힌 문
새우깡 이전의 한국에는 "스낵"이 없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1971년 새우깡이 등장하기 전, 한국인의 간식은 비스킷, 캔디, 떡 정도였다. 바삭하고 짭짤한 한 봉지의 쾌감. 그 카테고리를 처음 만든 것이 새우깡이다.
새우깡이 열어젖힌 문으로 양파링이 들어왔고, 꼬깔콘이 들어왔고, 포카칩이 들어왔다. 수천 가지 과자들이 그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문을 연 장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트렌드가 바뀌었다. 허니버터칩이 전국을 휩쓸었다가 지나갔고, 먹태깡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가 식었다. 그 모든 파도가 지나간 후에도, 편의점 진열대 한 자리에서 새우깡이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어쩌면 새우깡의 진짜 비밀은 맛이 아니라 기억에 있다. 문방구 앞에서, 소풍 돗자리 위에서, 야근 중 편의점에서. 새우깡은 한국인의 일상 곳곳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
55년이 지났다.
한 봉지 50원이었던 과자는 이제 30개국에 수출되는 K-스낵이 됐다. 포장이 바뀌었고, 새우 함량이 늘었고, 트랜스지방이 사라졌다. 하지만 봉지를 뜯었을 때 퍼지는 그 냄새, 첫 한 입의 바삭함, 손가락에 묻는 양념의 감촉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손이 간다.
